스타트업과 외부미팅

스타트업과 외부미팅

 

"우리가 비즈니스냐?” 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람사이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린 이런 말을 쓰곤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사이’에서 이런 말이 쓰인다는 것이다.

나랑 비즈니스 하냐?

 

 이처럼 ‘비즈니스’자체에는 ‘사람사이’라는 의미가 포함돼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사업’에 있어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중요하다. 또 많은 선배 사업가, 인생 선배들도 ‘네트워크가 전부다’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파트너’구축이 매우 중요한데, 파트너 구축에서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바로 ‘외부 미팅’이다.

 

 미팅 장소가 상대방, 우리 진영 또는 제 3의 장소 어디가 됐던 간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부담을 가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사회경험이 적은 대학생 창업가들이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부분에 취약하다. 사회에서, 그것도 비즈니스를 위해 누군가를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떠나서, 상대방이 자신을 어리게, 혹은 얕잡아 보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도 추가된다.

 

 필자가 스타트업을 막 시작했을 당시, 시장조사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데이터는 많지만, 정작 내가 필요한 자료는 없었고, 우리가 정한 타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직접 발로 뛰는 조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의 효율성 측면에서 망설여졌고, 직접 부딪혀 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마침 아는 사람을 통해, 모 학교 경영학과 동아리 학생들이 시장조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안상의 문제와 여러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일단 미팅은 성사가 되었다. 미팅 당일, 나는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려, 구두를 신고 자켓을 입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막상 그들을 보고나니, 위압감이 조금 들었다. 외적으로 그들은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손목엔 온갖 체인과 팔찌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머리는 넘기고, 한껏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내가 처음 드는 생각은 ‘과연 이들이 비즈니스를 하러 온 것이 맞나?’였다.

 

한껏 멋 부린 모습은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져 보였고, 휘양 찬란한 accessory들은 ‘자신들이 매

우 쫄아(?)있으니, 강해보이고 싶다!’라고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들과의 미팅 내용을 떠나서, 왠지 모르게 그들 집단에 대해 반감이 들었다. 미팅 후 내부회의결과, 팀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던지 그들과의 계약은 성사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비록 사업자등록을 내고 정식으로 활동하는 집단은 아니지만, 엄연히 ‘마케팅 에이전시’였고, 우리는 ‘그들의 소중한 의뢰인이자 고객’이었으므로, 따지고 보자면 우리가 갑의 위치에 있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그들은 실패한 것이다.

 

 그 미팅 이후에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전문성은 첫인상으로 드려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소하게, 나이에 맞게, 깔끔하게 입고 꾸미면 된다. 무시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당신이 초등학생을 보는데 어른처럼 느끼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인정하고 내실로 승부해야 한다.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