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복지
스타트업을 하는 청년들은 자신들의 기업에 대해 많은 이상향을 가지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정말 다니고 싶은 직장 만들기’이다. 이는 곧 ‘복지’를 넘어서, ‘기업 문화’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good job, good enterprise를 홍보하는 플렛폼 ‘오피스N’을 만드는 기업 ‘해피래빗’의 스타트업다운 독특한 복지제도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들의 ‘기업문화’ 및 ‘복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호칭/서열 파괴 :
호칭/ 서열 파괴는 소위 ‘잘나가는’스타트업들의 공통된 특징이자, 대기업들도 차차 많이 닮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예로 모두가 서로를 ‘~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2. 묻지마 휴가 :
이 독특한 휴가 제도는 정규 휴가 외에 누구나 갑자기 ‘오늘은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사용할 수 있다.
3. 월요일 간식 :
모든 직장인이 힘들어 하는 요일은 단연 월요일일 것이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닌데, 이 기업은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요일에 특별한 간식 타임을 가지는 것 같다.
4. 사내커플 권장(커플복지) :
물론 ‘이성간의 사랑’없이도 인생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연인’과 함께하는 개인의 행복도가 솔로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다는 조사에서 볼 수 있듯, 연애는 행복에 중요한 요소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회사는 솔로들에게 연애를 적극 권장하며, 애인이 있는 직원에게 매주 소정의 데이트 비용을 제공한다.
5. 구성원의 성장 지원 :
직장을 단순히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곳”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한가? 이 기업은 구성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임을 잘 이해하는 집단인 듯하다. 이들은 자체적 강좌 및 교육 개최/ 외부 연수 지원/ 도서지원 등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적극 지원한다.
6. 교통비 지원/ 인센티브, 특별수당지급/ 장기근속자 우수사원 포상 :
사람은 작은 것에서 감동은 받는다. 필자가 단골로 다니는 자장면 집에서는 마지막에 항상 요구르트를 하나씩 준다. 비록 단가 200원이 채 안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감명을 받았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서비스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구나 하고.
이들도 이와 같은 맥락을 잘 이해한 듯하다. 고작 교통비 몇 만원을 지원하는 것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액면가 이상이 주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가?
7. 건강검진/ 식사제공/ 탕비실 :
월급의 상당부분이 식비로 나가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엄청난 인센티브가 아닐 수 없다. 또 직원의 건강까지 챙기는 세심함도 엿볼 수 있었다.
이상 ‘해피래빗’의 7가지의 ‘기업문화’ 및 ‘복지’를 살펴보았다.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필자가 이를 처음 보았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와 내가 지금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당장 때려 치고 저기서 일하고 싶다’였다.
또 한편으로는, ‘나도 저런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니 현실은 너무 암담했다. 몇 천원이 아까워 이집 저집 밥값 싼 곳을 찾아다니고, 복지는커녕 상금 및 지원금 없이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퇴근은 밤 9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이고, 그나마 6시 반에 퇴근하게 된 이유가 고작 ‘저녁밥 먹을 돈이 없어서’였다.
나는 가끔 고민에 빠지곤 한다. 정말 행복하고 복지가 풍요로운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희생을 해야 할 때인가? 아니면, 그 기업을 세우는 과정까지 즐거워야 정말 즐거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매출조차 못 내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정말 쉬는 방법을 모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같이 해본다.